"임산부, 안 건드리겠지?"…돈 되는 아이폰·갤럭시만 노렸다 [조아라의 IT's fun]

입력 2024-02-03 14:44   수정 2024-02-03 14:45


지난달 17일 한 입국장에서 직원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잠시 뒤 50대 여성이 유유히 걸어들어오기 시작했다. 직원은 즉시 이 여성의 입국을 저지했다. 이후 직원은 이 여성의 윗옷을 들췄다. 비닐 랩을 칭칭 감은 허리와 복부에 수십 대의 휴대폰이 발견됐다. 비닐을 뜯어보니 애플의 아이폰 30대와 삼성 갤럭시 20대, 총 50대 스마트폰이 나왔다.

하루 전날일 지난달 16일에도 한 남성이 어색한 걸음으로 입국하기 시작했다. 검사대를 통과하던 남성은 순식간에 세관에 붙잡혔다. 유독 몸이 뻣뻣하고 긴장한 채로 발걸음을 옮기던 이 남성은 예리한 직원의 눈썰미 덕분에 덜미가 잡혔다. 검사 도중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직원은 이 남성의 가슴과 허리, 허벅지 부위에 감겨 있던 검은색 탄력붕대를 풀고, 아이폰과 갤럭시 휴대폰 50대를 압수했다. 이른바 '밀수폰' 적발 현장이다.
"임산부는 안 건드리겠지?"…배 들추니 휴대폰 90대 '덕지덕지'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세관은 이같은 적발 사례를 현지 언론에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밀수범이 적발되는 과정은 대부분 비슷하다. 입국시 유난히 경직된 모습으로 걸어오거나, 과도하게 긴장된 모습을 짓는 등 일반 승객과는 다르다고 한다.

'밀수범'이 임산부로 위장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7월 중국 언론 텅쉰망은 임산부로 위장한 한 젊은 여성을 세관에서 적발했다고 보도했다. 임산부 흉내를 내던 이 여성은 신고 의무가 없는 입국자들이 이용하는 통로를 통해 빠져나가려다 붙잡혔다. 세관 직원은 어색한 걸음걸이를 포착하고 이 여성을 검사하기 시작했다. 조사 결과 여성의 복부에 스펀지 보형물이 발견됐다. 이 여성과 동행한 남성까지 총 2명의 몸 곳곳에 90대가 넘는 휴대폰이 테이프로 묶여있었다.

현지 세관에 따르면 중국에 유입되는 '밀수폰'은 대부분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다. 두 브랜드 모두 고가 전략을 취하는 만큼, 현지에서 되팔 경우 제법 '쏠쏠'한 수익원이 된다. 시장조사 기관인 GFK차이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중국 평균 휴대폰 가격은 3480위안(약 64만원)이다. 반면, 현지에서 아이폰15프로는 7999위안(약 148만원)부터, 아이폰15프로맥스는 9999위안(약 184만원)부터다. 최근 출시된 갤럭시S24 울트라는 1만199위안(약 188만원)부터 시작해 최대 3배가까이 비싸다. 지난해 중국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월급이 5833위안(약 110만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아이폰·갤럭시 최신 스마트폰 1대만 훔쳐도 대졸 사원 월급 이상 벌 수 있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으로 밀수되는 휴대폰의 경우 누군가 훔치거나 주운 장물(불법으로 가진 타인 소유의 재물) 휴대폰이 대부분"이라며 "음성적인 판매 조직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중고거래 시장은 매년 커지고 있다. 칭화대학교 에너지환경경제연구소가 공개한 자료(2021 중국 유휴 중고 거래 탄소배출 저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중고거래 규모는 2020년까지 1조 위안(약 184조원)을 돌파했다. 2025년에는 이보다 3배 더 늘어난 3조 위안(약 578조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중고거래 품목 중에서 특히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이 인기다.
"글로벌 1위 왕좌 뺏길라"…애플·삼성 중국서 '이례적 할인'
애플과 삼성은 글로벌 1·2위를 다투는 휴대폰 브랜드지만, 중국에서의 점유율은 세계적인 흐름과 다소 다르다. 자국산 휴대폰을 구매하는 경향의 '애국 소비' 영향으로 토종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1위, 삼성전자는 2위를 기록했다. 이어 샤오미, 오포가 각각 3·4위였다. 그러나 같은 기간 IDC 자료에 따르면 중국 1위 스마트폰 브랜드는 애플의 아이폰으로 동일하지만, 아너(Honor)·오포(OPPO)·비보(vivo)가 각각 2~4위로 현지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중국에서 애플이 점유율 1위를 기록한 것은 파격적인 가격 할인 정책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 이례적으로 중국에서 아이폰15 시리즈 가격을 500위안(약 9만2000원) 인하했다. 애플은 그동안 고급화 전략의 일환으로 거의 할인을 실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8월 화웨이가 내놓은 5세대(5G) 스마트폰 '메이트60프로'가 아이폰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으면서 태세가 완전히 바뀌었다.

중국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주요한 시장 중 하나다. 전세계에서 출하량 20%(약 3억대 규모)가 중국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1위 점유율을 유지하려면 중국 시장을 등한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애플에 이어 삼성전자도 지난 1일부터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S24 기본 모델 가격을 한시적으로 500위안 할인하고 있다. 아울러 기본 모델에 더 높은 12기가바이트(GB)용량의 램(RAM·보조기억장치)을 탑재해 출시했다. 중국에서만 기본 모델이 3가지 용량으로 출시된다. 대부분 중국 프리미엄 스마트폰 브랜드들이 램 용량을 늘리고 있어 비슷하게 스펙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대 수준이다. 올해 새롭게 선보인 갤럭시S24 시리즈의 인공지능(AI) 성능과 이례적인 할인정책 등으로 중국 시장 점유율 회복에 관심이 쏠린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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